선진국들의 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때, "그래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낫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아무래도 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에 비해서는 적을 거라는 평가였다.
사정은 180도 역전됐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4%까지 추락하며 선진ㆍ신흥 20개국(G20) 중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충격적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G20 내 우등생으로 평가돼 온 우리나라가 순식간에 열등생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G20 우등생에서 꼴찌로
IMF의 국가별 성장률 수정 전망은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을 2.2%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을 어느 나라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6~1%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 최근(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IMF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1.7%포인트 내려 잡은 걸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락폭도 이 수준을 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IMF의 결론은 전혀 달랐다. IMF가 지난해 11월 전망한 한국 경제 성장률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던 선진국들보다 월등히 좋은 2.0%. 하지만 이번 수정 전망에서는 선진국은 대부분 1%포인트 내외 정도 전망치를 낮추는 데 그친 반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무려 6%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의 3~4배 충격을 입는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특히나 중국(6 7%) 인도(5.1%) 등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1.6%) 독일(-2.5%) 일본(-2.6%) 영국(-2.8%) 등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성장률이 최소 1%포인트 이상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왜 추락했나
이번 위기는 당초 금융 위기였다. 금융 부문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위기에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급속히 옮겨 붙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세계 각국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경제국(NIEs)의 올해 평균 성장률이 –3.9%로 대폭 추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수출의존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990년 24%에 불과했던 수출 의존도가 2007년 38%까지 치솟았다"며 "이렇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4%까지 추락하지는 않는다 해도 선진국들보다 세계 실물경기 변화에 더 큰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꿈틀대고 있는 것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소지가 크다.
IMF가 꼽은 또 다른 성장률 하향 조정 이유는 내수 위축. 그래도 수출입은 여전히 올해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리는 기여를 하는 반면, 내수는 성장률을 5.1%포인트나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게 IMF의 분석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수출이 글로벌 위기로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서 내수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하강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돌파구가 없는 한국 경제의 상황을 감안할 때 성장률 전망 급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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