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주인공 노부부가 세상의 지나친 관심에 시달려 고통을 겪고 있다.
'워낭소리'는 최모(80ㆍ경북 봉화군 상운면)씨 내외와 30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황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최근 개봉 10여일만에 관객 10만명을 돌파해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영화의 인기가 주인공 어르신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이 되고 있다. 거의 매일같이 방송사 취재진 등 '불청객'이 찾아와 노부부의 평온한 삶을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이장 한모(51)씨는 "며칠 전에는 화가 난 어르신이 지게 막대기로 (취재진이) 어깨에 멘 카메라를 내려치는 모습을 보았고, 4일에는 한 방송사 취재팀이 취재를 거절했는데도 무작정 왔다가 허탕을 쳤다"고 전했다. 그는 "마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도가 지나치다 보니 가문과 마을의 영광이 졸지에 고통으로 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7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외지인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께부터. 상운면사무소 관계자는 "두어달 전부터 매일같이 길을 묻는 전화가 걸려왔는데 최근 어르신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제작사도 최근 공식 블로그에 "아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할아버지 사진을 찍고, 막무가내로 집안으로 쳐들어와 촬영하는가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장난전화가 걸려온다. 영화상영을 중지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다"는 호소문을 올렸다.
한 주민은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 노부부를 바깥에 세워두고 '소 묻은 곳에 가보자'는 등 오만 가지 연출을 시킨 뒤 제 실속만 차리고 휑 하니 가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평생을 함께 한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노부부를 돕는 것은 종전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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