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은 슈퍼볼 경기가 열린 ‘슈퍼 선데이’였다. 하인즈 워드가 속한 피츠버그 팀이 이겼으니 그들의 징크스대로 올 한 해 증권 시장은 호황일까. 시청률이 70퍼센트를 넘었다. 옹알이하는 갓난아기이거나 마침 출장으로 텔레비전 없는 곳을 지나치는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단 거다. 수천만 명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의 상품을 광고하기에 이보다 최적의 시간은 없다. 우리 현대차도 광고를 탔다. 광고 수익료만 2,842억원이었다. 텔레비전 제국의 파워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2004년 미국의 시민단체인 MoveOn.Org는 당시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던 부시의 경제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슈퍼볼의 광고 시간을 사려 했다. 십시일반 거액의 광고료는 확보했지만 꿈은 좌절됐다.
CBS가 특정한 이슈를 옹호하는 광고는 내보낼 수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CBS가 대통령의 입장을 홍보하는 백악관의 광고는 방송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MoveOn에서 항의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텔레비전의 지배력이 커갈수록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들이 줄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고 앨 고어는 <이성의 위기> 에서 말했다. 이 사례만으로도 우리가 미디어법 앞에서 신중을 기하고 기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다. 이성의>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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