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보러 간 관객 400여명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개막을 불과 20분 앞두고 공연 취소를 알리는 장내 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티켓을 예매하고 어렵게 공연장을 찾아 설레던 관객들은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공연 주최사인 세종문화회관과 주관사 지에스이엔티가 밝힌 이유는 프랑스 출연진이 환율 상승으로 늘어난 출연료 입금이 늦어지자 공연을 취소했다는 것이었다. “총계약금의 81%는 이미 프랑스 공연팀에 건넨 상태로 미지급분 역시 최종시한으로 약속된 3일 오후 4시를 1시간쯤 넘겨 입금, 한국 정서로는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취소를 통보받았다”는 설명이다.
단지 그것이 이유일까. 국내 뮤지컬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국 공연기획사들이 ‘돈 될 만한’ 해외 작품이라면 국내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벌이는 과당 유치 경쟁의 문제는 이미 수없이 지적됐다. 이는 흥행 실패와 대외 신인도 추락, 불리한 조건의 공연 계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빚었다. 이번 일은 그 고리 하나가 드러난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4일 전후 사정을 묻는 기자에게 자칭 ‘한국의 대표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관계자가 한 말은 “우리는 대관과 웹 홍보만 맡고 있으며 투자ㆍ유치와 홍보ㆍ마케팅은 주관사들 책임”이라는 변명이었다. 3,000여석의 대극장 공연 취소의 책임을 민간기획사에 전가하는 말이었다. 기획사가 뒤늦게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도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관객만 우롱 당하고, 한국 공연의 문제점만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언제까지 공연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객과의 약속’임은 저버린 채 관객의 지갑만 바라볼 셈인가.
김소연 문화부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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