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다른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초반부터 야당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4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 "2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FTA 문제를 처리해 주면 본회의 처리는 민주당의 요구대로 2월은 넘기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한미FTA 문제는 이미 1월 6일 야당과 협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다"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월 중 방한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얘기를 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당의 입장 선회는 지난 연말 1차 입법 전쟁에서 최대 쟁점이던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야당과의 대립각을 최대한 좁히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2월 국회 중점처리 법안 15개에서도 미디어 관련법,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법안, 금산분리 완화 법안, '떼법' 방지 법안 등은 포함됐지만 한미FTA 비준은 빠져 있다. 비준안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외통위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단독 상정하면서 국회 폭력 사태의 원인이 됐었다.
여당은 금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도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국회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업자본(기업)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야당과 협상에서 절충할 수 있다"며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고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한다고 하는데 10%를 9%나 8%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를 반기면서도 다른 쟁점 법안들의 적극 저지 입장은 고수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당연한 이야기로 진작 그렇게 판단해야 했다"면서도 "슬그머니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면서 한마디 사과도 없는 것은 아마추어의 극치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어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공언하고 청와대에서 여권 수뇌부가 모여 이야기한 것처럼 2월에 여권이 'MB 악법'을 밀어붙이면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