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중원(中原)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현안들에 대해 그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온도차가 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강경보수 정치인'그 자체였다. 2007년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국민들이 보는 여야 대권주자 성향 조사'에서 '가장 오른쪽'으로 평가받은 이가 바로 박 전 대표였다. 그때만 해도 국민들은 박 전 대표를 '꼴보수'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집회 때부터 시작된 박 전 대표의 현안 발언들은 더 이상 그를'꼴보수'로 평가하기 어렵게 한다. 촛불집회 당시 그는"정부의 자세와 태도에 문제가 있다. 해결방법이 재협상밖에 없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권 핵심부에 대한 비판을 앞세웠다.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는 중도 성향도 물씬 풍긴다. 이들 발언 때문에 박 전 대표는 극우 논객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가 중도층에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측근들의 면면이 변한 것도 인과 관계가 있는 같다. 한나라당 내에 대표적인 중도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진영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최근 자주 만난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면 왜 중도인가.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박 전 대표의 2007년 당내 경선 패인은 외연 확대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오른쪽으로 몰아넣은 채 넓은 중도층을 안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당시 실용주의를 앞세워 중도 이미지를 구축한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과 젊은층의 높은 지지로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박 전 대표=꼴보수'이미지는 거의 2004년 대표 시절 국보법과 사학법 투쟁 과정에서 형성됐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원래 유연한 분인데 노무현 정권과의 투쟁 과정에서 강경보수 이미지가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 오해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오해를 씻어내기 위한 일련의 시도가 최근 박 전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서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박 전 대표가 합리적이고 포용하는 보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의 토대를 까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시류 영합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측이 "박 전 대표 발언은 이전부터 일관돼 왔다. 정치공학적으로 따져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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