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자들의 해외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중국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NYT는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수출 대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해외 계좌에 쌓아두고 있다. 서양 금융회사가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것과 달리 현금이 풍족한 중국 기업은 전세계의 고수익 고위험 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부유층의 해외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의 한 여행사가 미국의 압류주택 매입 투자여행 참가자를 모집했더니 순식간에 400명을 넘었다. 여행사 직원은 "중국 부유층은 자산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점에서 최근 가격이 급락한 미국 부동산이 매력적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홍콩의 보석상도 몰려드는 중국 부자들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홍콩의 한 보석상은 "중국 부호들은 5캐럿 크기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3캐럿 크기의 귀고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자본의 해외 유출은 무려 2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같은 시기 중국의 자본수지 흑자는 400억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NYT는 과거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전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기만 하던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증가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펀드매니저 헨리 리는 "중국 경제의 침체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자본의 해외유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다수는 중국 자본의 해외유출 증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 상하이 사무소의 스테픈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자본의 해외유출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서구의 수입상들이 중국제품 구입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중국은 현재 수출감소 보다 수입감소가 더 많아 여전히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 유출이 계속 증가하면 위안화 가치 상승을 막기위한 중국 정부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도 줄어들게 되며 이는 경기 회복을 위해 막대한 적자재정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전세계 경기침체도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자본을 지나치게 쌓아둬도, 또 너무 많이 유출해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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