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정부의 상징처럼 돼버린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란 말이 퇴장하고 있다. 이슬람권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말을 쓰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에 은연중 이슬람이나 아랍권에 대한 반감이 포괄적으로 내재돼 있고, 결과적으로 특정 종교나 문화에 대한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한다고 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용어를 구체화해서 쓰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지난달 취임 이후 그가 사용한 용어에서 잘 드러난다.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선 긴 투쟁" "계속되는 투쟁"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추적" "싸움에서 승리할 것" 등이다. 또 "황혼투쟁(twilight struggle)"이라는 완곡한 표현도 만들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입에 담은 것은 취임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국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테러와의 전쟁, 종파 분리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을 때 한번 뿐이다.
대통령이 어떤 용어, 어떤 어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적절한 용어 선택이 '변화'의 동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의 웨인 필즈 교수는 "오바마와 부시가 용어를 선택해 사용하는데는 큰 차이가 있다"며 "부시 전 대통령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신념에 가득 차 있는 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말을 사용하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말이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용어나 대화는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다듬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테러와의 전쟁'이 오바마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다. 국무부와 국방부에서는 이 말이 아직도 광범위하게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