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탈북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 의사, 한의사였던 탈북자 3명이 각고의 노력 끝에 남한에서 의사, 한의사 국가고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함흥의학대학을 졸업하고 함경남도 지역에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의사로 활동하다 탈북한 정성일(39)씨는 지난해 낙방했으나 올해 제73회 의사 국가고시에서 뜻을 이뤘다.
그는 처음 남한에 와선 의사시험을 칠 수 없어 방황했다. 그러던 중 탈북자 출신 의사나 한의사들도 심사를 통해 학력이 인정되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보호정착지원법의 시행령이 2007년 개정돼 지난해 응시가 가능해졌다.
정씨는 한국 정착후 공사판에서 노동하거나 결혼식 촬영기사로 일했지만 허전함을 지울 수 없어 적성검사까지 받아본 끝에 도전결심을 굳혔다. 4시간 자며 공부했지만 남북한 용어가 다른데다 외래어 의학용어 가운데는 처음 접하는 말이 많아 쉽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군의관 A씨, 부산의 외과과장 B씨, 산부인과 병원장 C씨의 도움도 잊을 수 없다. "책만 읽어선 알기 힘든 임상 경험을 들려줬고 슬럼프 때마다 식사를 하면서 격려해줬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떠올라 정씨는 합격 통보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북한에서 한의사였던 여성 2명도 제64회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 당당히 한국의 여성 한의사 대열에 올랐다. 청진의학대학 동의(東醫)학부를 졸업하고 8년간 한의사로 활동하다 탈북, 2002년 입국한 김지은(43)씨는 세명대 한의대(본과 1학년)에 편입해 4년간 정규과정을 밟았다.
김씨는 "남한은 한문 원전으로 동의보감을 배우지만 북한에선 내용을 교과서로 한 데 묶어 본다는 게 다릅니다."
북한에선 쓰지 않는 한문 해독에 어려움을 겪었고, 외국어로 러시아어를 배운 탓에 영어도 익숙치 않았다. 그는 "남과 북에서 모두 한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함흥의학대학에서 한의사를 양성하는 고려학부를 졸업하고 3년간 근무하다 탈북, 2004년 남한에 온 이은지(가명ㆍ33)씨는 올해 처음 도전해 합격했다.
이씨는 "시험 정보나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다"며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뒤 국내 시험을 보려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한의대가 외부인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고충도 토로했다.
북한에선 3년간 서양의학을 배운 뒤 나머지 3년간 한의학을 배우며, 병원에서도 양방과 한방을 통합해 진료한다고 한다. 그는 "북한 한의학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민간요법을 많이 사용하는 게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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