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오찬에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진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관심은 단연 박근혜 전 대표로 쏠렸다.
공교롭게 이날 박 전 대표가 57번째 생일을 맞아 청와대에서 생일 케이크를 내놓으면서 시작은 한결 부드러웠다. 이어 덕담과 다짐이 오가는 등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쟁점법안 처리방향 등 본질에 있어서는 이견이 드러나 '웃는 얼굴, 다른 생각'이라는 미묘한 관계가 여전하다는 비평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오찬장인 상춘재 옆 환담장에 들어오면서 박 전 대표에게 "오늘 (생일이라는데) 마치 날짜를 맞춘 것 같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웃으면서 "그렇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박 전 대표 생신이라는데 케이크는 없나"라며 분위기를 띄우자, 비서진이 초가 2개 꽂혀있는 케이크를 가져오면서 "20살처럼 젊게 사시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200살이란 얘기죠"라고 물어 한바탕 웃음이 터졌고, 다시 이 대통령이 "200살까지 살라는 얘기"라고 되받아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이어 참석자들은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오찬은 이렇게 웃음 속에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당이 숫자는 많고 화합은 안 된다는데, 그렇게 (화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어려우니까 더욱 간절하다.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다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가 말을 받아 "당이 잘 하면 후사한다니 열심히 하자"고 말해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참석자 대부분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홍사덕 의원은 "평양에서 오는 사절을 대통령이 접견할 날이 오기 바란다"고 했고, 김무성 의원은 "기회를 주면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찬 후 이를 놓고 친박 의원들의 입각 요청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은 정색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고 우리도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었는데 뒷부분만 소개돼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박 전 대표는 "어려운 여건에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고, 대통령께서 고생이 많으셨다"고 덕담을 건네면서도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순 청와대측 인사들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외형상 화합의 모습을 갖췄지만, 쟁점법안 처리 등 본질을 놓고는 인식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당의 협조를 당부하고 당청 화합을 거듭 강조했고, 박 전 대표도 이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고 관계개선의 단초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두 사람의 화합 여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의 처리를 놓고 내부 의견조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오찬에는 해외출장중인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경재 의원을 제외한 23명의 당 인사가 참석했으며, 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 윤진식 경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배석했다. 오찬장 좌석은 이 대통령의 오른쪽에 박희태 대표, 왼쪽에 박 전 대표가 자리잡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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