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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高) 그늘, 일본車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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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高) 그늘, 일본車 '비상등'

입력
2009.02.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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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의 지방 딜러인 A사는 얼마 전 2월부터 매월 50여대밖에 공급할 수 없다는 혼다코리아 측의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100명이 넘는 직원에 전시장, 애프터서비스센터를 현상 유지하려면 최소 월 100대 이상은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요타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중형세단 '캠리' 가격 책정을 놓고 고민중이다. 현재 원ㆍ엔 환율 상태에서는 캠리가 동급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ES350과 가격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 브랜드인 도요타 모델을 들여와봐야 오히려 손해만 볼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치솟는 엔화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 일본 수입차 메이커들이 지난해 말부터 환차손으로 영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해야 할 위기 상황에 몰렸다. 원인은 원ㆍ엔 환율과 시장 침체. 실제 지난해 초 100엔당 800원대였던 원ㆍ엔 환율은 지난해 말 1,500원까지 오르더니, 올해 들어선 1,6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율이 2배나 뛰면 국내 차량 판매가를 최소한 20~30% 올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돼 차량가를 올렸다간 그나마 판매가 완전히 중단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차를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형국이다.

벼랑 끝으로 몰린 일부 일본차 업체들은 소폭이나마 차값을 올리고, 공급량도 축소하는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1만2,356대라는 국내 수입차 판매 기록을 세운 혼다코리아는 올해 공급량을 월 500대씩 연간 총 6,000대로 제한했다. 자동차 영업에서 공급 물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을 영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 이렇게 되면 혼다코리아 전국 9개 딜러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 받게 된다. 혼다코리아는 공급량 축소만으로는 부족해 지난달 22일부터 전 차종의 시판가를 2.8%에서 최고 3.1%까지 올렸다. 공급량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가격인상으로 만회하겠다는 상술이 엿보인다.

한국도요타 역시 환차손으로 적자가 불어나 대폭적인 영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급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해야 할 상황이나 판매가 급감할 것을 우려해 눈치만 보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대중 모델 출시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내시장에 진출한 닛산은 최근 2009년 사업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내 경기 부진과 커지는 환차손 때문에 판매목표 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4월에 예정된 서울모터쇼도 불참할 계획이다. 한국 출시 반년도 안돼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미쓰비시자동차를 판매중인 MMSK 역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 고객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환차손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가격인상에 나서면 고객들은 고가에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또 일본 업체들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객서비스도 대폭 축소할 계획이어서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수입차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환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환율로 인한 순 손실액이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며 "살아 남기 위해 고객 서비스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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