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나빠지면 한 올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은 다른 국민과 다를 바 없다."
지난 60여년 사이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뤽(62) 재무장관이 의회 참석 도중 몰래 로또복권을 꺼내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촬영돼 구설수에 올랐다.
독일에선 사상 세 번째 고액인 3,500만 유로(약 623억원)의 1등 당첨금이 걸린 로또복권이 추첨을 앞두고 인기가 폭발적이다. 세계 4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수장도 천문학적 상금의 복권 매력에는 저항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1일 AFP 통신 온라인판에 따르면 슈타인브뤽 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빈곤근절 대책 토론 도중 로또복권을 확인하는 장면이 찍혔다. 이 사진은 현지 최대 발행부수의 일간 빌트와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의 1면에 대문짝만하게 게재됐다. 그는 TV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에 “그건 선물로 받은 것이다. 아무도 내가 선택한 번호를 몰랐으면 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상당수 언론들은 그의 복권 구매에 대해 "완전한 개인적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거액 당첨금을 꿈꾼 그에게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기색은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론은 냉소적이다. 슈타인브뤽 장관이 1,400만분의 1 확률인 복권 1등에 당첨돼 그 상금을 기부한다 해도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새로 부담해야 할 부채에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독일 정부가 투입할 360억 유로(64조500억원)는 복권 1등에 1,000번 이상 당첨돼야 마련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과 대연정을 구성한 사민당(SPD) 소속인 슈타인브뤽 장관은 1월 말 그 동안 완강히 반대해온 입장을 바꿔 금융기관별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검토한다면서 부실 책임은 은행 측에 남게 된다고 밝혔었다. 함부르크 출신인 그는 1969년 사민당 입당이후 킬대학에서 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1974년 졸업, 건설부ㆍ교통부 근무에 이어 의원 보좌관, 주 장ㆍ차관을 거쳐 2000년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2002년 주총리에 선출됐다가 3년뒤 기민당에 자리를 넘겼다. 하지만 2005년 9월 메르켈 정부의 대연정 출범과 함께 사민당 몫의 재무장관직과 당 연방대표 대행(부당수)에 취임했다.
슈타인브뤽 장관은 주 장관 및 총리 재임시 중요 회의에 무단 불참하기도 했고 2007년 4월 워싱턴에서의 선진 7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도 가족과의 나미비아 여행을 이유로 결석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경제위기대책을 공개 비판, 외교분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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