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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블루오션' 이슬람 女心 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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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블루오션' 이슬람 女心 훔쳐라

입력
2009.02.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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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여성들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부친, 남편 등 남자 혈족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요즘 알제리의 대학 강의실에 가보면 여성들이 절반을 넘는다.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버스 운전기사 직에도 여성들이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개인 부(富)의 40%를 여성이 소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공무원 등 특정 분야의 직원을 뽑을 때 여성을 30% 이상 고용해야 한다.

1월 수출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KOTRA는 2일 '부상하는 이슬람권 여성소비시장 공략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차도르와 히잡, 부르카 등의 '베일 속' 이슬람 여성 소비시장 공략 비법을 제시했다.

최근 개방 확대와 법률 개정으로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경제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들 여성소비시장이 국내 수출 기업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를 16억명으로 봤을 때 무려 8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최근 수년 간 원유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한국 등 외국 상품 구매가 가능한 연소득 5,000~4만달러의 중상위층 비율이 최소 20%(이집트)에서 최대 60%(사우디)까지 상승했다는 소식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한다.

이슬람 여성의 소비키워드는 미(美)

모든 여성의 기본 관심사는 역시 '아름다움'이다. 히잡을 두르고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이슬람 여성들이라고 해서 소비패턴이 크게 다르진 않다.

사회 개방에 따라 히잡을 쓰는 여성 비율이 감소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의 이슬람 여성은 여전히 히잡을 착용하고 있다. 다만, 히잡의 소재와 디자인, 색상까지 화려해지고 있고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이처럼 히잡이 종교적 상징을 떠나 패션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국내 섬유업체들이 공략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게 KOTRA의 분석이다.

눈 화장 제품도 인기다. 히잡을 쓰는 이슬람 여성들에게 눈 화장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제품들이 중동 국가에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모조품이 범람하는 실정이다. 중저가에 높은 품질과 안전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KOTRA는 이란의 신혼부부들이 총 3만달러의 결혼 비용 중 약 30%를 외국산 혼수품 구입에 쓴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련된 디자인의 견고한 제품이 탄탄한 결혼생활을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인데,공해와 모래바람에 강한 국내 세탁기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의 진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KOTRA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이슬람교는 종교를 넘어 생활 자체"라며 "제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뤄진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고나 포장에 여성의 신체가 노출됐다면 이들의 지갑을 열기 힘든 것은 물론,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대표적인 것이 보톡스. 처음엔 주름 개선 효과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돼지고기를 이용한 제품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세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KOTRA는 "중동에 진출하려는 식ㆍ음료, 화장품의 경우 반드시 '할랄(Halal)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할랄은 음식과 화장품 등 모든 소비에 적용되는 이슬람의 소비원리다.

KOTRA 중아CIS팀 문숙미 대리는 "특별한 놀이 문화가 없는 이슬람 국가 여성들은 주로 TV시청으로 소일한다"며 "한국 드라마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노력만 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이슬람 여성들의 지갑을 충분히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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