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에로영화는 스토리보다 배우의 노출이 중요하다. 때론 노출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넣는다. KBS2 TV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도 비슷하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맥락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네 명의 부유층 자식들인 'F4'를 멋지게 묘사하는 것만 중요하다.
뉴칼레도니아에서 구준표(이민호)가 금잔디(구혜선)를 위해 벌이는 이벤트 뒤에 갑자기 윤지후(김현중)가 바다에 빠진 금잔디를 구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식이다.
윤지후와 구준표가 금잔디를 두고 경마, 레이싱, 수영 등을 겨루는 것은 작품의 목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성 따위는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에 던져 버렸다. 이민호와 김현중 같은 '꽃'들을 아름답게 보여주면 만사형통이다.
'꽃보다 남자'는 멋진 남성들을 보며 노골적인 연애 판타지에 몰입하고픈 사람들이 많고, 그것이 MBC '커피 프린스 1호점'과 영화 '앤티크', '꽃보다 남자'를 거치며 장르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新)신데렐라'같은 고전이 된 원작 만화에서 가져온 에피소드들은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집대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요즘은 장동건 같은 남성 톱스타들을 TV에서 보기 힘드니, '꽃보다 남자'는 여성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풀어준 셈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준다는 이유로 이 작품의 효용성을 긍정만 할 수는 없다. 이 드라마가 부유층을 비현실적으로 묘사해서가 아니다.
'꽃보다 남자'는 구준표를 백마 탄 왕자님으로 묘사하기 위해 금잔디를 지독한 이지메(왕따)의 희생자로 만들고, 금잔디의 '서민' 부모들이 구준표 앞에서 무릎 꿇는 것을 희화화 시키며 그의 부유함을 과시한다.
자극을 위해 어떤 고민도 없이 온갖 설정을 끌어 쓰는 '막장 드라마'의 문제는 모든 설정을 'F4'를 꾸미는 수단으로 소비하는 '꽃보다 남자'에도 적용된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앤티크'가 꽃미남을 대거 등장시키면서도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것과 달리, '꽃보다 남자'는 청춘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이 드라마에서 잘된 것은 원작의 판권을 확보한 것과 멜로와 코미디를 모두 잘 소화하는 이민호를 발굴한 것뿐이다.
재미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에로영화를 보는 게 죄가 아니듯, '꽃보다 남자'를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에로 영화를 즐겨 본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꽃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F4'가 예뻐도, 아닌 건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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