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청와대 오찬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여권의 '속도전' 방침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관점과 야당과 국민의 관점에 괴리가 있다"며 "충분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입을 열어도 원칙론 환기에 그쳐 온 그의 어법으로 보아 당연한 얘기이고, 원론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째가 눈앞이고, 쟁점법안 심의ㆍ처리가 핵심인 2월 임시국회 개막일이라는 시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은 사실상의 반대론으로 들린다. 가장 강력한 차기 정치지도자 후보라는 정치적 위상까지 생각하면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한다.
출범 이래 18대 국회가 허송세월을 거듭한 결과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민생을 되살리기 위한 각종 법안이 국회에 쌓여 있다. 집권 1년이 다 되도록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야 정부에 있지만, 주요 정책의 입법을 가로막아 온 국회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
그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2월 임시국회로 쟁점법안 심의를 미룬 경과를 되새기면, 정치적 책임의 한 축을 질 수밖에 없는 박 전 대표가 여전히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하는 것은 시의에도 맞지 않고 대의정치 원리에도 어긋난다. 국회와 여야 정당이야말로 민의를 결집하고 대변하기 위한 기구, 조직 아닌가. 법안 입안이나 당정협의 단계에서 충분히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법안 전체에 대한 찬반, 개별 법안의 특정 내용에 대한 찬반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그만이다.
정치적 책임감의 결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언론관계법 합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다를 바 없다. 이번 임시국회를 '용산 국회'로 삼겠다는 방침이 지난달 여야합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갑자기 '일자리 창출 국회'를 내세웠지만, 쟁점법안 결사 저지가 핵심 과제라는 점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정치권이 변화를 읽지 못하고, 크고 작은 책임을 나눠 지는 데 인색한 것처럼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것도 없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