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행위에 면죄부를 주지 마라."
조 신(52ㆍ사진) SK브로드밴드 사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KT-KTF 합병을 승인하면 독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KT 합병에 강력 반발했다. KT가 약 90%에 이르는 유선 통신시장의 지배력을 유ㆍ무선 결합상품으로 확대할 경우 결국 통신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 사장은 이를 '공포'라고 표현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KT에 대해 갖는 공포심이 대단하다"며 "유통망과 필수 설비로 불리는 기반시설 등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양 사가 합병할 경우 이동통신 2위업체인 KTF의 힘이 더해져 KT의 경쟁업체들이 느끼는 공포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조 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KT-KTF가 한 회사가 되면 결합상품, 요금 할인, 원가 보전 등에서 제약이 없어진다"며 "특히 유통망과 가입자 정보를 공유할 경우 인터넷TV(IPTV) 등 결합상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병 후 시장 영향력이 커져 경쟁업체를 몰아내면 요금 및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KT가 공기업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단언이다. 조 사장은 "시장에서 KT 혼자 살아남게 되면 정부가 요금이나 서비스를 모두 결정해야 한다"며 "결국 과거의 공기업으로 돌아가는 셈이어서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들이 KT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KT의 시내망 분리에 대해서도 조 사장은 생각이 다르다. 시내망 분리란 KT가 전국에 갖고 있는 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 유선 통신망을 떼어내 별도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 이렇게 되면 KT도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내고 시내망을 빌려 써야 한다. 그는 "KT의 시내망 분리는 합병 여부를 떠나 공정경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연히 합병과 별개로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KT-KTF 합병 문제에 대응하느라 아직까지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투자 규모부터 모든 것이 KT 합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지금 KT 합병에 따른 대책을 밝히면 KT가 합병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도와주는 꼴"이라며 말을 아꼈다.
KT 합병을 계기로 대두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에 대해선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인세법에 따라 SK텔레콤이 합병일로부터 2년 내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면 2,00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반대로 내년 하반기 이후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논의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조 사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엔 합병 제약 조건이 줄어드나 아직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설령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해도 유선망 등 시장 지배력에서 KT와 차이가 커 대등한 차원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좋은 서비스로 겨루는 건전한 경쟁이 바람직하다"며 "반경쟁적인 KT-KTF 합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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