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몽준 최고위원이 엊그제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지도층 사교모임인 ‘알팔파(Alfalfa) 클럽’ 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짧게 만나 인사를 나눴다는 뉴스에 눈길이 갔다. 한국 정치인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알팔파 클럽의 성격과 정체가 더 관심을 끌었다. 민주당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미국의 지도층 인사가 700명이나 참석해 우호적인 덕담과 뼈있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 받았다는 얘기와 닉슨과 아들 부시처럼 역대 대통령 중에 클럽 회원 출신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 때문이다.
▦ 이 클럽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도 폐지에 반대했던 남부군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생일을 기리기 위해 남부출신 정치인 4명에 의해 1913년 설립됐다. 회원은 정ㆍ재계의 유력인사 200명 안팎이며 매년 1월 마지막 토요일에 연례 만찬을 개최한다. 완두콩과의 다년생 식물인 알팔파에서 모임의 이름을 따온 연유는 확실치 않다. 클럽 규약에 따라 회원은 만찬에 2명의 외부인사를 초청할 수 있는데, 이번 모임에 정 최고위원은 지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초청을 받았다. 백인 위주지만 미국 대통령은 관례적으로 만찬 연설을 요청 받아 왔다.
▦ 96회인 올해 모임이 흑인 대통령을 맞게 돼 의미가 큰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살아 있다면 올해 202살인 리 장군이 이 자리에 있다면 무척 헷갈렸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또 대선 기간 중 “테러리스트와 어울린다”고 자신을 공격했던 새러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에게는 “오늘 보듯이 나는 알팔파 회원처럼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이면서 공화당의 메케인 후보를 지지했던 리버만 상원의원이 “나를 관타나모로 보내지 않고 사면해 줬다”고 하자 웃으며 “백악관에 놀러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하겠다”고 대꾸했다.
▦ 그러나 정작 정 최고위원이 부러웠던 것은 이 같은 말놀음보다 양당이 격전을 치른 지 3개월 여밖에 안됐는데도 앙금을 모두 삭이고 5시간 이상 떠들고 웃는 만찬 분위기였다고 한다. 더구나 흑인 노예해방 반대론자를 기리는 자리였으니 미국 민주주의의 관용과 화합정신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입법전쟁 운운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듯 충돌을 불사하는 우리 정치권과 극명한 대비를 느꼈을 법도 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또다시 충돌사태가 나면 국민은 국회 해산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승자다. 야당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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