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지나가고 '이후'(post)와 '해체'를 모색하는 탈주의 시대에 혁명의 기억에 접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시대든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바탕에는 갈등의 구조가 깔려 있고, 그것으로부터 치열한 탈주를 소망하게 된다. 때문에 이상은 언제나 현실의 다른 한 짝이 된다. 혁명이 시대를 초월하여 호출되는 이유다."(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시대를 이끌었던 대표적 혁명가들의 사유를 담은 영국 버소 출판사의 '레볼루션 시리즈'가 국내에 번역출간(프레시안북 발행)됐다. 이 시리즈는 예수부터 호치민에 이르기까지, 혁명가들이 불꽃 같았던 삶의 순간에 토해낸 원전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 사상적ㆍ정치적ㆍ종교적 맥락에서 다양하게 독해되는 원전에서 현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현 시대의 지성들이 각각의 혁명가에 대한 장문의 서문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마르크스와 라캉의 사상을 접목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현대 문학이론의 거장 테리 이글턴, 프랑스 현대철학의 중심 알랭 바디우, 탈세계화 흐름의 선두에 선 월든 벨로 등 21세기의 대표적 석학들이 현재적 관점으로 각 책에 담긴 혁명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이들의 서문은 교조적 관점이나 극적인 드라마에서 벗어나, 뜨거운 생을 살았던 인간으로서의 혁명가들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첫째 권 <마오쩌둥: 실천론ㆍ모순론> 은 문화대혁명 전에 발표된 마오쩌둥의 글을 싣고 있다. 지젝은 이 책에 붙인 서문에서 "오늘날 세계화된 자본주의 지배야말로 진정한 무질서의 왕"이라며 "홍위병의 폭력적 분출이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요구하는 생명의 영구적 해체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묻는다. 마오쩌둥:>
시리즈는 이밖에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다룬 2권, 식민주의 타도를 내세웠던 호치민의 글을 월든 벨로의 시선을 통해 소개하는 3권, 예수의 복음을 혁명의 한 형태로 해석하는 4권, 유토피아와 절망 사이를 오갔던 트로츠키를 다룬 5권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안에 카스트로, 토마스 제퍼슨, 볼리바르, 토마스 페인, 마르크스를 다룬 다섯 권이 추가로 번역될 예정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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