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 외에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세월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가라면 독자와의 대화를 멈춰서는 안 되겠지요."
일흔둘 나이의 역사학자 이이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앞에선 어지간한 글쟁이도 부지런타 말할 수 없다. 사학계의 원로로서 해야 할 일과 맡아야 할 자리가 끊이지 않지만, 그는 저술이라는 본업에 소홀한 적이 없다. 거의 한 달에 한 권 꼴로 대중에게 역사를 풀어서 들려주는 책을 쓰고 있다. 이 달에만 역사 속 라이벌과 동반자를 다룬 교양서 <그대는 적인가 동지인가> (김영사 발행), 고전읽기 길잡이 <이이화의 한문공부> (역사비평사 발행) 두 권의 책을 냈다. 이이화의> 그대는>
"많은 독자들이 역사 인물 읽기를 즐깁니다. 그것이 시대사를 이해하는 데 지름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나는 영웅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다룬다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 책은 이승만, 박정희, 김일성, 김두봉 등 현대사의 주역에 관한 것입니다. 현대사의 '인간'에 대해서도 역사학자로서 평가를 내릴 때가 됐다고 봐요."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근현대사의 격동기다. 민족통일 문제를 숙제로 안고 있는 그에게 이 시대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전, 그리고 민족분단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사회에서는 인권 문제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최근의 관심을 소개하며, '한국인권사'의 집필 계획을 내보이기도 했다.
국내 대중역사서는 이 이사장과 이덕일씨 등 소수의 저술가가 개척해온 영역이다. 대중역사서의 붐 때문인지 역사, 특히 '조선'은 최근 출판시장에서 가장 손쉬운 흥행 소재가 됐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상업적 동기와 자극적 접근이 횡행하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역사교과서 수정 파문에 대한 생각을 묻자, 부드럽던 그의 어투가 다소 딱딱해졌다. "역사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전환된 것은 사회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는 진전이었습니다. 지금 이것을 흔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현행 교과서는 좌편향이 아니라 그동안 금기로 여기거나 은폐한 부분을 약간 드러낸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이를 과거 독재정권이 역사를 지배의 도구로 다루던 방식으로 재단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퇴행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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