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첫 범행을 저지른 것은 2006년 12월 13일.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노래방도우미가 첫번째 표적이 됐다.
이날 저녁 군포시 산본동 노래방에서 만난 배모(당시 45세)씨에게 "2차(술)를 하자"며 자신의 무쏘 승용차에 태운 뒤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도로상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강씨는 곧바로 배씨를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한 뒤 비봉IC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강씨는 살인 동기에 대해 "아내가 화재로 죽은 충격으로 1년 여 동안 방황한 뒤 여자를 보면 살인충동을 느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보름 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새벽 2시께 강씨는 다시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노래방을 찾았다. 강씨는 이곳에서 만난 박모(당시 37세)씨에게 역시 "2차를 나가자"며 자신의 무쏘 승용차에 태워 대부도로 향했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차린 박씨가 화성시 남양동에서 "무서우니 다시 수원으로 가자"고 조르자 비봉 인근에서 박씨의 휴대폰 전원을 끈 뒤 목졸라 살해했다. 강씨가 구덩이를 파지 않고 경사지에서 위쪽 흙을 떠내 덮는 식으로 암매장한 박씨의 시신은 이듬해 5월 간벌작업을 하던 인부들에 의해 발견됐다.
두 번째 살인으로 대담해진 강씨는 본격적인 '인간 사냥'에 나섰다. 피해자의 직업도 다양해진 데다 살인 사건 사이의 시간간격도 11일→10일→3일→1일로 점차 줄어들었다.
강씨는 2007년 1월3일 회사일을 마치고 화성시 신남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당시 52세)씨에게 "데려다 주겠다"며 접근, 무쏘 승용차에 태워 화성시 비봉면 비봉IC 인근에서 성폭행한 뒤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하고 인근 삼화리 야산에 암매장했다. 버스정류장을 범행장소로 택한 첫번째 케이스였다.
강씨는 사흘 뒤인 6일 안양시 안양동 노래방에서 김모(당시 37세)씨를 비슷한 방식으로 유인해 살해 암매장했고, 다음 날에는 수원시 금곡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연모(당시 20세)를 역시 무쏘 승용차에 태워 수원 호매실동 황구지천으로 끌고 가 성폭행 뒤 인근에 암매장했다.
강씨는 "'어디 가냐. 데려다 주겠다'고 하니까 다들 타더라"고 경찰에서 진술했지만 그의 일방적 진술이어서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이후 연쇄 실종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강씨는 한 동안 범죄행각을 멈췄다. 2년을 기다린 강씨의 범행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재개됐다.
2008년 11월9일 오후 6시 수원 당수동으로 향하는 강씨의 에쿠스 차량을 안산 집으로 가려던 김모(당시 48세)씨가 세운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강씨의 일방적 진술이어서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강씨는 김씨를 수원시 수인산업도로 인근에서 성폭행하려다 김씨가 완강히 반항하자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한 뒤 안산 성포동 야산에 암매장했다.
다시 살인욕에 불타 오른 강씨는 다음달 9일 군포 대야미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여대생 안모(21)씨를 에쿠스 승용차에 태워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살해 암매장했다. 강씨는 이번엔 안씨의 카드로 현금지급기(ATM)에 들러 돈을 인출했고 이는 강씨를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강씨는 안씨가 반항하는 과정에서 손톱에 자신의 혈흔이 남았을 것을 우려, 암매장 전 손톱을 모두 잘라내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안씨의 살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강씨는 ATM에 찍힌 사진을 내밀며 "손가락 모양 등이 일치한다"고 추궁하자 살인의 마각을 한 꺼풀씩 벗기 시작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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