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이원면 온당농장은 국내에서 '야콘의 메카'로 통한다. 야콘은 고구마 같은 생김새에 배와 비슷한 단맛을 내는 채소. 야콘을 한국 땅에 뿌리내리게 한 일등공신은 온당농장 주인 강성식(42)씨다. 그는 국내 최초로 야콘을 저장하는데 오존살균 처리 방식을 도입, 연중 판매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온당농장은 한창 때 어른키 만큼 우거지는 잎이나 줄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500㎡(150평) 비닐하우스 저장고에는 지난 해의 풍작을 자랑하듯 야콘이 수북이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농사는 후발, 야콘에선 선두주자
강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다. 충남대 화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대기업 연구소에서 8년을 근무했던 그는 2004년 10월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2001년부터 취미 삼아 텃밭 가꾸기 수준으로 해온 야콘 재배에 인생을 걸기 위해서다. 회사를 그만둔 강씨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야콘 재배 및 연구, 가공식품 개발이 활발했던 일본 견학이었다. 이듬해 강씨는 처가 고향으로 들어가 포도밭을 사들인 뒤 야콘 농장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야콘은 생소한 채소였다.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야콘은 1985년 국내에 들어왔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몇몇 농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재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야콘 재배 지침서도 없어 강씨는 해외논문과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재배법을 정리했다. 그는 야콘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뒤늦게 농사를 시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며 "쌀, 한우와 같은 메이저 작물은 어지간해서는 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소비층도 옅었다. 해서 강씨는 야콘 알리기에 주력했다. 2003년부터 운영해온 인터넷동호회 '야콘사랑(cafe.daum.net/yaconlove)'을 통해 야콘의 생태부터 재배법, 성능, 요리법 등 힘들게 모은 정보를 나눴다. 특히 당뇨, 변비, 다이어트 등에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이 동호회는 현재 회원수 2,500명에 달하는 국내 야콘 정보의 메카로 성장했다.
신기술로 불량률 0%에 도전
야콘은 재배온도(섭씨 18~25도)를 잘 맞춰 한여름 무더위만 피하면, 국내 어디서든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강씨도 시험재배 초기에는 야콘 100포기 중 4포기만 살아남은 참담한 기억도 있다. 그는 야콘 농가의 소득을 갉아먹는 요인부터 따져봤다. 10~11월 수확 이후 숙성 및 저장 과정에서 쉽게 부패해 장기 보관이 어렵고, 표면이 갈라지거나 모양이 뒤틀려 팔 수 없는 것들이 수확량의 70%나 됐다.
강씨는 "야콘을 연중 판매하려면 장기 저장이 필수인데, 겨울 한 철 보관도 쉽지 않다는 건 큰 숙제였다"며 "분석과학을 전공한 실력을 농사에 적용해 원인을 찾아본 결과, 보관 온도가 높고 건조할수록 부패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해결책으로 저온(섭씨 3~7도)창고를 도입했다. 온도 문제는 그렇게 해결됐지만, 습도 조절이 안되니 여전히 곰팡이가 슬었다. 그래서 강씨는 야콘 저장에 오존살균 방식까지 도입했다. 농사 첫 해만 해도 수확한 야콘 10박스 중 9박스가 이듬해 3월까지 버티지 못하고 도중에 썩어 나갔지만, 이젠 저장기간이 3개월 가량 연장됐다. 직접 판매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즙, 건조칩 등 가공식품 개발ㆍ제조에 나섰고, 지난해엔 신품종(백야)을 도입해 불량 비율을 10% 수준까지 낮췄다.
야콘 대중화의 꿈
전업농 4년 만에 강씨의 온당농장은 직접 재배 2만1,500㎡(6,500평)에 가공시설까지 갖춘 연 매출 1억5,000만원 규모의 1인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온당농장은 최근 농업진흥청의 경영컨설팅을 받았다. 야콘이 점차 알려져 소비가 늘고 재배농가도 2,000여 곳(강씨 추정)으로 확대되면서 야콘 판매와 육모 사업은 고소득을 내고 있는 반면, 가공 쪽은 수 억원을 투자했는데도 아직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은 탓이다. 경영진단 결과, 농장 매출의 70%를 점하는 육모 사업에 더 힘을 쏟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강씨는 "재배 농가가 늘어나 육모가 사업성이 좋으므로 올해는 모종 판매를 작년의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야콘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가공식품 개발 및 투자에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옥천=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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