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과 후손을 위해 이 법안에 서명하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취임 후 의회를 통과한 첫 법률안인 '임금차별금지법'에 서명하면서 내뱉은 일성이다. '릴리 레드베터 페어 페이 법(Lilly Ledbetter Fair Pay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성, 인종, 종교, 나이, 장애 등의 이유로 임금을 차별 받은 근로자들이 법적 소송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부인 미셸 여사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장면을 유심히 지켜봐 이 법률이 가지는 남다른 의미를 가늠케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이 오바마 대통령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법안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로 법률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릴리 레드베터(70)라는 여성이다. 레드베터는 세계적인 타이어업체 굿이어 앤드 러버에서 19년 동안 재직하다 1998년 퇴직하기 직전 자신이 남성 동료들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소송을 제기해 2003년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차별대우가 시작됐을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이유 때문에 패소했다. 대법원에서도 대법관 9명의 의견이 갈라진 가운데 5대4로 패했다.
소송에서는 졌지만 레드베터 사건은 임금차별 문제를 미 전역에 공론화하는 역할을 했고 연방 하원이 임금차별금지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들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반대로 그 동안 입법화가 번번히 무산됐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22일 이 법안이 통과됐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레드베터가 지켜보는 가운데 법률을 공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률에 레드베터의 이름이 포함돼 있지만 레더베터가 겪은 차별은 그녀 자신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78센트 밖에 받지 못하는 미국 내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고 CNN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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