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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시민들 "흉악범 얼굴, 가려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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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시민들 "흉악범 얼굴, 가려야만 하나"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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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우선인가,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인가.

경기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7명의 부녀자 살해 용의자 강호순(39)은 현장 검증 등 언론에 모습을 비칠 때마다 모자와 마스크로 철저히 얼굴을 감췄다.

이처럼 모자와 마스크는 최근 강력 범죄가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2008년 4월),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사건(2007년 12월), 숭례문 방화 사건(2008년 2월) 등의 피의자들은 경찰이 씌운 보호구로 얼굴을 가렸다.

논란의 핵심은 전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흉악범의 인권보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 이 같은 논란에는 피해자 유족 등의 얼굴은 여과 없이 공개되는 점을 감안할 때 경찰이 오히려 피의자 인권만 중시한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원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5년 전인 2004년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피의자의 실명은 물론, 얼굴 사진을 언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1994년 부유층을 납치ㆍ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했던 '지존파 사건' 일당은 현장 검증 당시 얼굴이 공개됐고,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 사건'(96년) 때도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이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2004년 21명의 부녀자와 노약자를 살해해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기록된 유영철의 얼굴은 끝내 노출되지 않았다. 그 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성폭행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경찰은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더욱 꺼렸다.

경찰은 나아가 2005년 10월 제정된'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 규칙' 훈령에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초상권 침해 금지 규정을 포함시켰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거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과 많은 시민들은 피의자의 얼굴이 드러났을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밝혀질 수 있고 흉악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점에서 얼굴 공개를 지지하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보면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개가 맞다"면서도 "다만, 자백 등으로 범죄 혐의가 명확히 입증됐을 경우 그로 인해 얻어지는 공익을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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