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불황의 늪 속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종교서적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주제도 다양해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최근 발표한 '2008년도 출판 통계'에서 지난해 종교 분야 서적 발행이 2007년에 비해 185.4%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 건 이 같은 경향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발간된 불교 관련 책 2종은 종교인이 일반 사회와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양상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이 시대 종교적 성찰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내 안의 풍경> (청어 발행)은 수행 중인 비구니의 잔잔한 일상을 정갈한 글로 표현한 전형적인 종교인 수필집이다. 내>
이에 비해 <묵언 마을의 차 한 잔> (10:00am 발행)은 자살자가 증가하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스님의 독특한 발언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 속의 사연들은 자살을 결행하기 전 자신을 찾아와 대화를 나눈 뒤 마음을 돌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묵언>
구박하는 남편과 헤어진 뒤 '주먹 쓰는' 남자를 만난 여인, 아들이 죽자 가정을 버린 남편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 한 여인 등의 사연이 절절하다. 말미의 '자살 방지를 위한 10가지 자기 암시'는 필자의 노하우를 집약한 결과다. 또 장로 부부가 찾아 와 아들 문제를 털어놓는 대목('교회에 가기 싫어 우울증에 걸린 아들') 등은 종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제공한다. '묵언마을'이란 저자가 주지로 있는 경기 안성시의 사찰 이름이다.
출판가는 "위축된 사회 분위기에서 '기본 수요가 보장된 항구적 블루 오션'인 종교 서적의 발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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