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끼리 수술여부를 놓고 다투는 사이에 응급실에 방치된 환자는 죽어가고 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채권단의 '옥석 가리기' 작업이 원칙없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한 조선업체(C&중공업)의 푸념이다.
2007년 설립된 신생 조선업체 C&중공업은 조선업 활황 속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주문받아 놓고도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 탓에 작년 12월 3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이유가 어째됐건 기업이 스스로 살림을 꾸려가지 못한 것은 경영자 책임이다.
그러나 최근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갇힌 C&중공업의 사연을 들어보면 꼭 경영자 탓만은 아니다. 오히려 채권단의 어설픈 구조조정이 한 기업을 더 빨리 사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원칙없는 행동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채권 유예 만료일(내달 13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내부 이견을 이유로 C&중공업의 존속과 청산가치를 따질 실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채권단은 20일 구조조정 기업 발표에서 당초 대상도 아니었던 C&중공업을 'D등급'(신규자금 지원중단)으로 판정하며 '퇴출' 대상에 끼워넣었다. 워크아웃을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채권단 설명이다. C&중공업으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실사도 안 하고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다. 채권단은 다시 하루만에 내부 이견을 이유로 종전 결정을 유보한다며 말을 바꿨다. 30일 예정된 채권단 회의에서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이런 행동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조정 본래의 취지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느 회사건 기업가의 피와 땀이 녹아들지 않은 기업은 없다. 채권단이 두 달 간 허송세월을 보낸 사이 C&중공업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가슴엔 피멍이 들어간다. 외환위기 시절 채권단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박기수 경제부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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