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의 충격적인 연쇄살인 행각은 여러 면에서 2004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건 모두 부녀자를 상대로 30대 남성에 의해 잔혹하고 치밀하게 자행된 전형적인 연쇄살인 사건이란 공통점을 지녔지만, 범행 동기면에선 다소 차이가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범행 당시 34세였던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하고 시신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한 사실로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가 부유층 탓이란 이유로 서울 시내 고급 주택가에 침입해 노인들을 둔기로 때려 잇따라 살해한 뒤 이듬해부터는 출장마사지 및 전화방 여성 11명을 자신의 원룸으로 유인해 성관계 뒤 살해한 후 암매장했다. 그는 검거된 뒤에도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다면서 죄의식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38세인 강호순 역시 부녀자 7명을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뒤 살해해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유영철처럼 범죄 뒤에도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두 명은 모두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는 등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연쇄살인범들이 대부분 30대 남성들로서 죄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된 범행을 저지르며, 특히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학대를 가하고 살해하는 것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거나 권력욕을 채운다는 점에서 두 사건 모두 전형적인 연쇄살인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영철의 경우 살인행각이 불우한 어린시절 및 전처와의 불화 등에서 비롯된 '분노의 표출'이란 점에서 범행동기가 뚜렷했다. 유영철은 부유층이나 전처와 같은 직업이었던 출장마사지 여성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강호순은 범행동기가 아직까지 모호하다. 그는 "아내가 화재로 숨진 사건 이후 충격을 받아 여성들에게서 살인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지만, 그가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이나 복수심을 느낄만한 성장 환경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그는 유영철과 달리 대인관계가 원만했고 준수한 외모로 여성들의 인기도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유영철은 분노에서 비롯된 연쇄 살인이라면, 강호순은 뚜렷한 동기가 없이 살인 자체를 즐기는 '쾌락형 연쇄살인범'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영철이 '부유층이나 출장마사지사는 이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가졌던 '임무형' 연쇄살인범이라면, 강호순은 살인행위 자체를 통해 스릴과 성적 만족을 느끼는 쾌락형 살인범에 가깝다는 것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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