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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도 때론 방망이 잡는다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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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이맘때쯤. 오랜 타지생활과 쉴 새 없는 강행군으로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따라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훈련방법을 고안하기에 분주하다.

두산이 지난해 전지훈련 때 복근 단련을 위해 실시했던 '짐볼(밸런스 운동을 위한 볼) 뺏기' 훈련이나 2007년 LG 김재박 감독이 제안한 '드럼통 놀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KIA의 '골프공 때리기'는 오랫동안 화제를 모았다.

올시즌 전지훈련에도 각 구단은 다양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실전 피칭보다 체력훈련에 몰두하는 시기인 투수들은 '이색훈련'의 집중 대상이다. 미국 괌에서 훈련 중인 KIA 투수들은 글러브를 벗고 방망이를 잡았다.

프리배팅까지는 아니지만 티배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체 위주의 투구를 극복하고 하체를 이용해 공에 힘을 싣기 위한 비책으로 투수들은 매일 20~30분 가량 타자로 '전직'한다.

LG는 삼성에서 영입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김 코치는 투수들의 보강훈련 때 사이판 수수페 구장에 있는 허들을 이용한다. 허들 밑으로 엎드려 왕복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골반 강화에 제격이라는 것이 김 코치의 설명.

하와이에 캠프를 차린 한화의 송진우와 정민철 등 고참 투수들은 배팅볼 투수로 변신한다. 팀 분위기를 이끌면서 자신들도 훈련을 이어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또 한화는 손혁을 인스트럭터로 초빙해 메이저리그 코치 출신인 톰 하우스로부터 전수 받은 비법을 듣고 있다.

SK 제춘모는 검지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훈련을 중단할 위기였으나, 김성근 감독에게 오히려 '특명'을 받았다. 나머지 손가락만으로 던질 수 있는 투심 패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하라는 것이다. 물집 잡힌 손가락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그립을 잡는 데 더 효과적이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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