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판'의 1심 재판장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병훈(48) 부장판사가 23일 사의를 밝혔다. 민 부장판사는 다음 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상황이라, 인사를 앞두고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법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격한 증거주의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한 민 부장판사는 지난해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아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고 결국 집행유예 선고를 내려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시절에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를 받던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네 번이나 기각해 검찰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론스타 영장 갈등 때는 "검사들은 민법ㆍ상법 공부나 더 하라"고 꼬집은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는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다. 민 부장판사는 사직 이유에 대해 "나중에 말하겠다"며 대답을 피했지만, 그간 세간의 이목을 끌어온 자신의 판단이 사법부 전체에 부담을 줄까 우려해 사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기식 사법연수원장, 오세빈 서울고법원장, 박용수 부산고법원장, 송진현 서울행정법원장, 이윤승 서울가정법원장 등 법원장급 고위법관 5, 6명도 정기인사를 앞두고 대법원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법원 부장급 판사 5명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