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이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라고 권고한 것을 최근 정부가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래소 노조는 물론이고 본사가 있는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총파업과 위헌소송을 불사하겠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단순 명료하다. 거래소는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시 등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관련법에 따른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론은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회사인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외국에도 선례가 없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가 임원 임명권을 갖는 것은 주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논쟁의 본질은 거래소가 과연 순수한 민간 회사인가에 있다. 거래소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주주들이 자본금을 출자하여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식회사인지 여부가 양쪽 주장의 정당성을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외형상으로 거래소는 증권 회사들이 일정지분(5%이내)의 자본금을 출자하여 구성한 주식회사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거래소는 유가증권의 안정적ㆍ효율적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정책적 목적으로 증권선물거래소법에 의해 설립된 이른바 특수회사이다. 또 시장 개설의 독점권과 수입을 보장받은 기관이며, 민간회사처럼 창의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관이 아니다. 특히 증권회사 임직원 징계권과 시장감시권, 시장진출입 규제권 등 강력한 공적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사실상의 공공기관으로 봐야 할 것이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가 임원 선임권을 갖게 되면 주주권을 침해한다고 하나,과연 그 동안 거래소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진을 선임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주주 이익과 관련해서는 지금 체제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주주의 이익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거래소처럼 지분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다.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도 '신도 부러워 하는 직장'으로 알려진 거래소의 방만 경영에서 비롯됐다.
물론 정부도 반성할 게 있다. 애초 공공기관을 지정할 때 거래소가 7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 증권예탁결제원은 정부가 전혀 지분이 없는데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정작 모회사인 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제외시킨 것은 모순이었다. 사실 필자도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거래소는 주인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는 구조에서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 수입원을 이용하여 과도한 수수료를 징수하고 방만 경영을 하는 등 독점의 폐해가 심각하다. 정부가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주주에게는 물론 시장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거래소는 정부를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 변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 증권거래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바로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정문제를 둘러싼 거래소의 반발이 주주의 이익도 국가의 이익도 아닌 거래소 임직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떼법'으로 오해 받지 않기를 바란다.
오세경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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