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용산 철거민 진압작전 당시 경찰의 무전교신 기록을 확보함에 따라, 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혹이 한꺼번에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전기록은 기동대 18개 중대와 경찰 특공대 5개 제대가 현장에 배치된 20일 오전 5시30분께부터 진압작전이 거의 완료된 오전 8시까지의 상황을 담고 있다. 비행기 사고의 '블랙박스'에 비견될 정도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도 이번 사건을 말끔히 정리할 '핵심 물증'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농성자들과 경찰의 입장차가 가장 큰 화재 원인과 관련해 무전교신이 진실을 규명해 줄지 관심사다. 농성자들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을, 경찰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을 원인으로 각기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농성자가 들고 있던 화염병으로 잠정 결론내린 상태다.
안타깝게도 공개된 무전교신에서는 경찰의 진압작전 개시와 화재가 발생한 상황은 나타나 있지만 정확한 화인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경찰 보고자가 오전 7시26분 "이게(화재가) 기름이기 때문에 물로는 소화가 안됩니다, 소방이 지원을 해야 합니다"라고 교신한 대목에서는 경찰이 유류 화재에 대한 대비 없이 진압을 벌이는 바람에 화재를 키웠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 흔적은 무전교신 군데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오전 6시58분께 경찰은 "망루 쪽에서 계속 연기가 난다"며 지휘부에 살수를 요청했다.
화재 위험성을 사전 인지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진압작전은 중단 없이 계속됐다. 7시18분에는 "망루 제거만 하면 검거 조치가 다 된다. 마무리단계다"는 교신과 함께 지붕을 뜯어 망루 내부로 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망루 아랫쪽과 윗쪽에서 농성자를 압박하려는 '양동 작전'을 구사하려 했던 셈이다.
참사 발생 직전인 7시 23~25분에도 작전 중단은커녕 "옥상 망루에 불길이 상당히 강하다. 물포를 집중적으로 투하하라"는 지시만 있었다. 그리고 7시 26분, 망루 내부는 폭발음과 함께 화염으로 휩싸이고 말았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진압작전 동원 의혹과 관련한 내용 역시 무전교신에 일부 담겨 있다. 6시25분에 "철거반원들이 (건물) 3, 4층에 있는 장애물 제거조치를 해야지… 바로 안 되면 우리 경력이라도 제거하도록", 이로부터 4분 뒤인 6시29분에는 "용역 경비원들,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지참)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라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할 진중(진행중)입니다" 등의 교신이 행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신 내용은 '예정사항'이었을 뿐, 실행에 옮겨진 것은 아니라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실제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압작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확실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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