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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임 축구협회장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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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임 축구협회장에 바란다

입력
2009.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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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간 한국 축구의 도약기를 이끌었던 정몽준 회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조중연 신임 대한축구협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게 됐다. 한일월드컵 유치, 파주 NFC 완공, 태극전사들의 한일월드컵 4강 신화, 17세이하 청소년월드컵을 개최한 것 등 정몽준 전임 회장이 이뤄 놓은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신임 회장으로서는 계승 발전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겠지만 물려 받은 자산으로 생각한다면 차기 협회 운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선으로 뽑힌 선수 출신 첫 수장으로서 조 신임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헤쳐 나갈 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취임 일성에서 말했듯 '축구계 내부의 화합'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다. 투표과정에서 64%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여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절대적 지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조 회장은 화합의 첫 디딤돌로 "사무총장을 공채로 뽑고 협회에 파견된 현대맨들을 복귀시키겠다"고 했지만 제도적 또는 인적 쇄신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축구인들의 단결이다.

협회 회장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현장을 자주 찾아 선.후배의 고견을 듣고 실천하는 회장이 되겠다는 약속처럼 기득권층보다는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전까지는 성인 축구대표팀 위주로 협회가 운영돼 왔다면 앞으로는 한국 축구 백년대계를 고려해 학원축구나 유소년 축구의 발전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예전에 경기 단체 수장들은 대부분 기업인 출신으로 해마다 수 억원의 출연금을 내고 대회가 있을 때나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연간 7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는 단체로 급성장했고, 기업인 출신 회장의 출연금이 없어도 자체 예산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따라서 당연히 상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학원축구의 정상화 내지는 활성화다. 불과 며칠 전 발표된 '2008 KFA(대한축구협회) 총조사'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학교 축구팀 운영 실태 파악을 위한 이 조사에서 대학교 진학을 앞둔 고교 팀의 경우 무려 연평균 283.6일이나 합숙 훈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팀의 경우 대학 진학이 최우선 과제 일수도 있겠지만 공부와 담 쌓은 채 단순히 축구의 기술만 익히는 현행의 합숙 체제는 분명히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축구 선수로 은퇴 후 축구계에 몸 담을 수도 있겠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과 38.1%만이 축구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향후 은퇴 또는 성인이 됐을 때 축구 이외의 업종에서 종사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을 고려할 때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필수다. 결국'공부하는 선수'가 돼야 하고, 협회 차원에서의 배려와 적극적인 진작책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이 자기 색깔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조회장의 공약 중 한국축구의 국제적인 위상 강화는 당분간은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조 회장은 당분간은 국내 축구의 화합과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선수 출신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 관계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한국 축구의 밑바닥부터 훑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저변을 강화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4년 뒤 선수 출신 첫 수장으로서 대과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홀가분하게 차기 협회장에게 바통을 넘겨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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