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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20代 '소셜 벤처'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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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20代 '소셜 벤처'에 길을 묻다

입력
2009.01.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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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터치포굿’이라는 가방 회사를 차린 박미현(24ㆍ여)씨는 하청공장에 발주한 시제품을 최근 받아보았다.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다. 디자인은 같아도 색상은 가지가지다. 재료로 쓰이는 현수막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달부터 이 가방을 들고 다니며 본격적인 영업도 하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올 8월 대학 졸업 예정인 박씨가 회사를 차린 이유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것. 폐현수막을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수익금은 아토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등 환경재해를 입은 단체 및 개인에게 쓸 예정이다. “물론 우리도 돈을 많이 벌어야죠. 회사가 성장하면 월급도 어느 정도 가져갈 겁니다.”

박씨는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 2명과 작년 하반기 내내 폐현수막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고, 광고대행업체와 대학교를 돌아다녔다. 지금은 입소문이 퍼져 처치 곤란한 현수막들을 알아서 보내주는 곳이 줄을 섰다.

환경보호나 저소득층 지원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리기업, 이른바 ‘사회적 기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기업은 노동부가 인증해주는, 단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식의 사회적 기업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이 밑천이라는 점에서 IMF 외환위기 직후 벤처기업과 유사하지만, 개인의 대박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셜 벤처(social venture)’로 불린다.

공부 잘하는 방법을 1대1 상담 지도하면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기업, 방과후학교 등에서 전통놀이를 가르친 수익으로 역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회사, 대기업의 후원광고를 붙인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의료봉사를 하는 의대생 기업, 장애인들이 만든 쿠키를 판매한 수익으로 아이티공화국의 굶는 아이들을 돕는 회사….

돈을 벌어도 좋은 일 하면서 벌고, 좋은 일을 해도 돈 벌면서 하자는 것이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바늘구멍 취업난을 결국 뚫지 못한 대학졸업자, 평생 경쟁압력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 바에야 의미 있게 살자는 젊은 직장인 등 경력도 다양하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중ㆍ후반에서 30대 초반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탈물질적 가치 추구 현상은 청년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경험 중인 이들은 지금껏 과거 어떤 젊은 세대보다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사회적 기업 활동은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실천적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희망제작소가 개최한 ‘사회적 기업 경연대회’에서는 대학생 등 총 42개 팀이 출전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충분한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도 없는 청년들이, 그것도 ‘공익‘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사회적 기업은 청년 실업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나 민간기업이 커버할 수 없는 틈새를 메워주며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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