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경영이죠."
눈 영양제인 '토비콤'으로 잘 알려진 안국약품 어 진(45) 사장.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경기 불황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어 사장은 주저 없이 '감성'이란 키워드를 처방전으로 꺼내 들었다.
창업주인 어준선(72) 회장으로부터 1998년 9월 경영권을 물려 받은 가업 승계 2세 경영인인 어 사장은 취임 당시,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던 인물이다.
"불황일수록 고객들과 기업은 멀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런 때 일수록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사내 직원들에게 먼저 따뜻함을 불어 넣어 주는 게 필요해요. 그러면 고객 감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10년 넘게 안국약품을 이끌고 있지만, 어 사장의 이 같은 감성경영 방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매 분기마다 각 지방을 돌면서 사내 직원들과 허물없이 등산이나 삼겹살 파티 등을 즐기는 것도 스킨십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감성경영의 일환이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400여명에 가까운 임직원들의 소속부서와 사진이 채워진 조직도가 걸려 있다. 임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틈틈이 외우기 위해서다.
제약업계 내에서도 유명한 어 사장의 이 같은 감성경영은 'IMF와 미국발 금융위기'란 두 차례의 크나큰 시련에도 불구하고 안국약품을 꾸준한 고성장의 길로 이끌고 있다. 어 사장이 안국약품의 지휘봉을 잡았던 1998년 당시 188억원에 머물렀던 회사 매출은 2002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454억5,000만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06년엔 611억1,000만원을 달성했으며 2008년에는 창사 이래 최고치인 760억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감성경영과 더불어 핵심 인재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는 그는 전문적인 지식 습득을 위해 사내 구성원들에게 많은 도서를 권장하는 등 매년 직원들의 자기 개발 비용도 늘려가고 있다.
어 사장은 또 2004년 3월부터 사내 직원들과 함께 '경영독서모임'을 발족해 운영 중이다.
이런 내실을 바탕으로 안국약품은 글로벌 위기 타개를 위해 수출선 다변화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테오브로민 성분이 함유된 '애니코프'(기침억제제)가 하반기부터 출시될 예정이며, 현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자체 임상실험 개발을 통해 식약청의 승인(2008년 5월말)을 얻어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호흡기질환치료제인 '푸로스판'과 고혈압치료제인 '레보텐션'과 소염진통제인 '애니펜', 복합소화제인 '그랑파제에프' 등도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안국약품이 중ㆍ장기 비전으로 내세운 목표는 2020년 매출 목표 1조원 달성.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을 기다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 갈 겁니다. 안국 식구들과 함께 말이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 사장의 얼굴에선 편안함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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