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인 A사는 부천의 임대아파트, 부산ㆍ익산의 도로건설 공사 등 6건의 추진사업이 모두 물거품 될 처지에 몰렸다. 이유는 하나. 최근 1차 기업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통상 수주를 해도 보증서가 없으면 계약이 무효처리되는데,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정되자 보증기관들이 한결같이 보증서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증서가 없어 계약이 취소되면 3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자격마저 박탈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때문에 멀쩡한 기업이 죽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생 가능한 기업을 도와주자고 시작한 워크아웃이 사실상 ‘기업 죽이기’로 변질되고 있다. 이 상태라면, 내주부터 시작될 2차 건설ㆍ조선구조조정 및 대기업 유동성 모니터링 작업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C등급(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10개(법정관리신청한 대동종합건설 제외) 건설사들이 보증기관으로부터 제때 공사 관련 보증서를 받지 못해 신규수주는 물론 기존 공사대금마저 제때 받지 못하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공사 보증서 발급기관인 건설공제조합 등이 최근 금융권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10개 건설사에 대해 각종 공사 보증서 발급을 중단했거나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담보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식의 조건부로 발급해 공사대금 수금과 신규 공사 입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설공제조합은 공공공사 발주처가 공사 수행 전에 건설사에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에 대한 보증서 발급마저 중단, C등급 건설사들은 공공공사를 수주하고도 선수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한 기업 관계자는 “보증서 발급이 안돼 대여섯 개 현장에서 기성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회사 유동성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오히려 금융권 지원을 받기도 전에 회사가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워크아웃에 대한 이 같은 부작용은 이미 구조조정 시작 전부터 우려됐던 사항.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일선 현장에선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엔 일부 은행들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기도 전에 해당 기업의 예금을 동결하고 어음 발행을 제한해 설을 앞두고 돈줄이 막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하도급 업체들의 경우 거래기업이 C등급을 받자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심지어 사채시장에서도 어음할인이 안 돼 고사직전에 놓인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체(대동종합건설)는 워크아웃을 거부하고 아예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대로 가면 워크아웃도 시간만 끌다가 결국은 도산이나 법정관리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며 “일선 금융현장에서 근본적 협조가 없다면 2차 구조조정이나 일부 자금난을 겪는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문준모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