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2일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희생자 유족을 조문하려다 분향소에 발도 들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유족들이 조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았다. 공성진 박순자 송광호 박재순 최고위원,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 등이 동행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영안실 입구를 막아 선 채 "살려 내라" "살인마들아" "우리 남편을 죽인 사람들이 왜 왔느냐" 등 울분과 욕설을 토해냈다. 일부 유족은 의원들의 팔을 잡고 밀어냈다.
박 대표는 좁은 복도에 서로 뒤엉킨 수십 명의 유족과 당직자,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약 5분 간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조문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박 대표는 장례식장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려고 왔는데 형편이 안 돼 돌아간다"며 "돌아가지만 마음은 여기에 두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연구하겠다"면서 "유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겠지만 조금만 견뎌 달라"고 했다.
정세균 대표도 안희정 최고위원 이미경 사무총장 등과 함께 이날 오후 4시30분께 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이 "정확한 진상 규명이 된 이후에 조문했으면 좋겠다"고 해 역시 발길을 돌렸다.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죽하면 조문을 거절하겠느냐"며 "민주당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가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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