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2~23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어닝 쇼크'수준의 작년 4분기 영업실적을 내놓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분기실적을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 적자 성적표(글로벌 기준 7,400억원 영업손실)을 낸 삼성전자였지만, 다른 대기업들의 실적도 못지않게 초라했다.
국내 최대통신기업인 KT는 23일 작년 4분기에 26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3년3분기 이후 5년여 만에 처음 적자를 낸 것이다. 지난 4분기 KT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2조8,753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54.5% 급감한 836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으로도 민영화 이후 최악의 경영 성적표였다. 연간 누적 매출은 11조7,849억원(-1.3%), 영업이익 1조1,137억원(-22.3%)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에, CEO(남중수 전 사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까지 겹치면서 KT는 연간 목표(매출 11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KT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역시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이 4분기 매출 3조원 벽을 넘어섬으로써, KT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기준으로 SK텔레콤에 역전당하고 말았다.
SK텔레콤이 밝힌 지난해 실적은 매출 11조6,747억원, 영업이익 2조599억원, 당기순이익 1조2,777억원. 매출은 2007년 대비 3.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1%, 22.2% 감소했다. 4분기만 봐도 매출은 전분기 대비 3.7% 늘어나 3조68억원인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 21%씩 줄어든 4,688억원, 2,631억원을 기록했다. 최악의 4분기에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경기침체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GS칼텍스도 이날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7조4,80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107억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34조4,242억원, 영업이익 9,494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GS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정제마진이 악화했고,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적자 전환하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매출 23조3억원, 영업이익 1조4,020억원, 세전순이익 6,29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전반기 고유가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51.0%, 29.3% 증가했지만, 세전순이익은 39.0%나 감소했다. 특히 유가가 떨어지고 경기마저 침체된 지난해 4분기엔 1,227억원의 영업적자와 2,443억원의 세전 순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발표한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도 삼성전자보다 충격은 덜해도 역시 좋은 경영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3조3,70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1,014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리는 데 그쳤고, 본사 기준으로는 3,098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현대차도 작년 4분기에 매출 8조8,306억 원, 영업이익 5,810억 원, 당기순이익 2,436억 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1년전보다 1.1%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9%, 27.9% 줄었다.
시장에선 설연휴 이후 발표될 다른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기 흐름상 올 1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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