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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 마찰 '제2 용산 사태'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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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 마찰 '제2 용산 사태' 될라

입력
2009.01.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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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재개발 지역인 서울 은평구 남가좌1동 인근 가재울 4구역. 300명 가량의 조합원 중 아직 절반은 이주를 하지 못한 채 마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매일 빈집 철거가 진행되는 탓에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특히 일부 용역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빨리 떠나라"며 거친 언행을 보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주민 성모(47) 씨는 "이 곳은 법도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며 "갑자기 쫓겨나면 갈 곳도 없는데 당할 땐 당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진행 중인 도시정비사업 지역에서 시행사 및 조합, 철거세입자간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아 제2의 용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상비와 주거이전비 등을 놓고 촉발된 이들간의 갈등은 물리적인 충돌은 물론 법정 소송까지 비화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은 크게 주거지역 환경을 정비하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방식과 상업 및 준주거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으로 나뉜다.

재개발은 현재 450개 구역, 1,939만2,000㎡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과 주택 노후도가 심해 지역 전체를 주거환경개선 대상으로 하고 있다. 65개 구역, 307만㎡에서 한창인 재건축은 양호한 기반시설은 제외하고 노후된 주택만을 중심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뉴타운은 생활권 단위로 묶어 광역화해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재개발과 재건축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26개 지구, 2,398만㎡ 규모로 진행 중이다.

467개 지구, 239만6,274㎡ 규모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도심 또는 부도심 등 도시기능 회복이 필요한 지역에서 주거환경보다는 상업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용산지역은 도시환경정비사업 대상지다.

각각의 방식들은 정비대상 등에 따라 약간 다른 특징을 보이지만 사업기간 동안 조합원과 세입자간 갈등과 대립이 이어진다는 공통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여러 이해집단이 맞물려 있다 보니 추진위원회 단계는 물론 조합 설립ㆍ사업시행인가ㆍ관리처분계획인가는 물론 준공 후에도 조합원간 갈등을 겪는 곳이 부지기수다.

반복되는 불협화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다. 땅과 건물 소유주인 조합원들은 최대의 이익을 내야 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사업기간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다 보니 강제철거ㆍ이주 등의 무리수가 동원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도시정비사업 지역에서는 법정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말 동대문구 전농 제7구역재개발지역 비상대책위원회 6명이 조합과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조합원의 부담금 규모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관리처분 인가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개발 사업의 거의 마지막 단계로 기존 재산의 가치를 확정하고 이주·철거를 조합이 구청으로부터 허가 받는 절차다.

지난해 11월에 은평구 응암7구역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조합이 감정평가액과 부담금 규모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의결권 침해"라며 인가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도시정비 관련법령을 통합 개편하는데 힘쓰고, 철거세입자 이전비용 지원 등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쫓겨난 세입자들이 또 다른 달동네를 찾아 옮겨 다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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