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 인근 설원에 제상(祭床)이 차려졌다. 10년 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여성산악인 지현옥(당시 40세)씨의 10주기 추모제다.
활짝 웃는 모습의 영정 아래에는 책 한 권이 놓였다. 그를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후배 산악인들이 2년 전 지씨의 등반일기를 엮어 '안나푸르나의 꿈'이란 제목으로 펴낸 것이다.
"형이 떠난 자리가 갈수록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미치도록 산을 사랑했던 형이 안나푸르나 품 속에서 영원한 자유를 얻었다는 것을…."
체험단원들이 묵념한 가운데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던 박연수 단장의 목이 메었다. 지씨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박 단장이 지씨가 사라진 안나푸르나 주봉을 향해 "현옥이 형!" 하고 외쳤다. 메아리만 돌아왔다. 박 단장은 "형이 '풍요의 여신'인 안나푸르나의 여신이 되어 자유 등반을 즐기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체험단의 유영희(41ㆍ충주 중앙중) 교사는 "이번 봉사 체험은 세계적 산악인이었던 지현옥씨 10주기를 맞아 더욱 뜻 깊다"며 "청소년들에게 그의 불굴의 도전 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한국 여성 산악계의 독보적 존재였다. 청주 서원대를 졸업한 지씨는 1988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 여성 원정대를 이끈 데 이어, 93년 한국 여성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97년에는 세계 최초로 가셔르룸 2봉(해발 8035m)을 무산소 단독 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안나푸르나(해발 8091m) 등정 후 하산 길에 실종됐다.
안나푸르나=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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