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현지 시각)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지역의 란드룩 초등학교. 해발 1,700m의 산자락을 깎아 만든 손바닥만한 운동장에 코흘리개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손에는 저마다 히말라야 야생화를 엮어 만든 화환을 들었다. 이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반긴 이들은 충북 지역 교사와 학생 20명이 참가한 '히말라야 오지마을 체험단'. 이 학교 나렌 라우델(35) 교사는 "멀리 한국에서 학교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겨울방학인데도 전교생 80여명이 모두 나왔다"고 했다.
두 나라 학생들은 교사들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운동회를 열었다. 나라를 섞어 두 팀으로 나눈 뒤 치른 첫 경기는 한국의 전래놀이 '꼬리잡기'. 앞 사람 허리를 잡고 길게 늘어선 채 상대팀 꼬리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뛰는 사이, 첫 만남의 서먹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가레스(10)군은 "네팔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는데 한국 방식이 훨씬 빠르고 협동심을 기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네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네팔 닭싸움'을 할 때는 란드룩 마을 주민들까지 한데 어울려 목이 터져라 응원 했다.
아이들은 놀이가 끝나자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네팔 아이들이 네팔에서 널리 사랑 받는 전통민요 '레삼 삐리리'를 부르는 동안, 수니다(11)양은 흥겨운 가락에 맞춰 전통 춤을 선사했다. 답례로 동갑내기 박윤지(11ㆍ청주 남성초4)양이 유치원 때부터 갈고 닦은 태껸을 선보였다.
박양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맨발로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만 네팔 친구들은 다들 히말라야 눈처럼 맑고 큰 눈망울을 가졌다"며 "집에 돌아가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네팔 친구들의 사는 모습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체험단은 란드룩 초등학교에 한국에서 가져간 학용품과 헌옷 등을 전달하고 학교발전기금도 기부했다. 최용현(14ㆍ청주 운호중2)군은 "시멘트로 만든 칠판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비좁은 골방 같은 교실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네팔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밤 란드룩 마을 주민 50여명은 체험단이 묵고 있는 숙소를 방문,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 늦도록 전통 노래와 춤 공연을 펼쳤다. 귀한 손님을 맞는 마을의 전통이라고 했다.
촌장 모찌 구릉(48)씨는 "위문품을 기부하고 가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이렇게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교류한 것은 한국 사람이 처음"이라며 "꼬렌, 라므로(한국인 최고)!"를 연방 외쳤다.
체험단은 8일부터 20일까지 해발 2,000~3,000m에 자리잡은 안나푸르나의 두메마을 8곳을 걸어서 돌았다. 고지대에서 하루 8~10㎞를 걷는 강행군이었지만, 낯선 곳의 문화, 지리, 역사를 배우고 봉사도 하는 기쁨은 컸다.
고산족 마을에서는 고산족 특유의 문화를 배우는 작은 축제도 열었다. 톨카, 샤우리바잘 등지의 학교에는 즉석에서 돈을 모아 기부도 하고, 티베트 난민촌에 들러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히말라야 체험단이 처음 꾸려진 것은 2004년. 산을 좋아하는 충북 지역 교사들이 중심이 돼 청소년들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주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매년 1월 정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첫해부터 체험단을 이끌어 온 박연수(45ㆍ충북산악구조대장) 단장은 "체험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네팔 아이들과 교감의 폭을 넓히며 양국을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히말라야 두메 민가에서의 홈스테이를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나푸르나(네팔)=글·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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