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리더십이 경제를 살리고 죽인다.'
경제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문제 해결도 어렵다. 변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인과관계를 추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효과적인 리더십이 펼쳐질 경우 경기 회복이 빨라지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60년대 이후 미국에 닥친 다섯 차례의 경기 침체기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경제 정책 담당자의 리더십 및 정책 스타일과 경기 회복 속도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을 통한 유효 수요 증가를 골자로 하는 케인스학파의 이론을 2차 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적극 채택해 경제 회복의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로 평가됐다.
1961년 1월 취임한 그는 의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재정 적자를 골자로 하는 경기 부양책을 도입했다. 전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긴축 정책으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제프 프랭켈 교수는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정부 예산을 1,053억달러로 편성, 처음으로 정부예산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며 "그의 리더십으로 미국 경제는 회복세로 반전해 1969년대까지 약 8년간 호황을 누렸다"고 평가했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10% 중반대의 금리를 밀고 나가 경제와 기업 체질 개선을 이끌어낸 지도자로 평가됐다.
그는 1979년 8월 FRB 의장 취임 당시 11%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15%로 끌어올려 미국의 고금리 시대를 열었다.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인플레의 저지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 기업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잇따라 도산했으며 개인 소비자도 이자 부담에 고통을 받았다. NYT는 "1981년부터 약 2년간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나 기업은 체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1990년대의 호황은 볼커 전 의장이 기반을 닦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저금리 정책으로 미국의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버블과 금융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상반한 평가를 받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1991년 걸프전 발발 등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 이듬해에는 1%까지 낮췄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실업보험 혜택을 늘리는 등 소비자 지출을 유도했다. 컬럼비아대의 글랜 허바드 교수는 "그린스펀 의장의 저금리 정책을 계기로 미 경제가 1991년부터 약 10년간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도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리면서 2000년의 닷컴 버블과 지금의 금융위기의 출발점이 된 주택 버블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 취임 이후 임금 상한제, 가격 통제 등의 긴축 정책을 펼쳤으나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001년 경기침체가 닥치자 감세, 금리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지금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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