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26일)을 앞둔 이맘 때쯤 중국인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긴다.'녠예판(年夜飯)' 고민이다.
녠예판은 설 하루 전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하는 저녁 식사를 가리킨다. 설을 쇠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이 식사는 1년 중 가장 성대한 가족행사이자 최소 3~4 시간 이어지는 가장 긴 만찬이다. 중국인들은 이 녠예판을 집 또는 식당에서 할 지, 처가집 식구 또는 본가 식구들과 할 지 등을 놓고 매년 고민한다.
신화통신은 23일 이런 고민들을 소개하면서 달라지는 녠예판 풍속을 소개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손수 음식을 차리는 녠예판이 외면당하고 있다. 톈진(天津)의 주부 장(張)모씨는 "많은 음식을 차려야 하는 녠예판이 너무 번거롭다"며 올해는 외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톈진 시내 대형 식당 100곳을 조사한 결과 25일 저녁 4만 2,000탁자가 모두 예약된 상태이다. 만두 전문점으로 유명한 톈진의 고우부리(拘不理) 11개 체인점도 예약이 완료됐고. 일부 식당들은 저녁 식사 시간을 오후 4시30분, 저녁 7시30분 두 차례로 나눴다.
녠예판이 밖에서 하는 외식으로 변하다 보니 가장들은 호주머니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경제불황을 감안해 식당들이 내놓은 1,000위안(20만원) 안팎의 실속형 녠예판 세트는 가장들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녠예판을 누구와 할 지는 더 큰 고민거리이다. 1970년대 말부터 시행된 한 자녀 갖기 정책 이후 태어난 이들이 가정을 이룸에 따라 생긴 고민이기도 하다. 부부가 모두 외동이다 보니 처가나 본가 중 한쪽을 소홀히 하면 한쪽 집안은 초라한 녠예판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가 모두 외동인 장쥔(張軍)씨는 양가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다. 신화통신은 "본가와 처가가 가까운 외동 부부들은 설 이틀 전 저녁과 설 전날 저녁 두 차례 녠예판을 즐기거나 양가 어른을 함께 모시고 있으며, 본가와 처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동 부부들은 한해는 처가와, 다른 해는 본가와 녠예판을 즐기는 풍속이 새로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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