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즈니스 교육 전문기업 드브라이(DeVry)의 22일 주가는 62.6달러로 1980년대 중반 나스닥 상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08년 3월 중순 40달러였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뒤 오히려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거대 기업도 맥을 못 추는 불황기에 이 같은 주가 상승이 신기할 따름이지만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드브라이는 실직자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재취업을 알선하거나 현업 직무에 관련된 지식을 제공한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해고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이 많아질수록 고객이 늘어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290만달러(약 550억원)로 전분기 대비 20% 늘었다. 같은 기간 강의 수강 희망자가 4만1,128명에서 5만1,628명으로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AP통신 등 외신이 불황기에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기업을 소개했다. 고객이 해고되지 않도록 직무 교육을 하는 비즈니스 교육 업체, 생필품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저가 숍, 돈이 없어도 몸이 아프면 어쩔 수 없이 찾아야 하는 헬스케어 관련 기업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우리의 '1,000원숍'에 해당하는 달러 트리는 16일 주가가 43.3달러로 전년 동기의 24.6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 전역에 3,5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달러 트리는 화장지, 스푼 등 생활 필수품을 1달러 안팎의 초저가에 판매한다. 회사 측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월마트의 물건보다 더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출이 증대했다"고 밝혔다. 달러 트리와 비즈니스 모델이 같은 패밀리 달러 스토어도 15일 주가가 2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제약업체 브리스톨 마이어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525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3.8%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AP통신은 "이 회사가 내놓은 항정신질환치료제와 혈전용해제의 판매가 늘었다"며 "불황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회사 실적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의 23일 주가는 23.1달러로 지난해 10월 중순 대비 40% 상승했다.
데이비드 폴다인 드브라이 회장은 "인간은 해고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며 "불황이 깊어질수록 재취업 교육, 의약 업종 등에서 사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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