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설탕은 귀한 명절 선물 중 하나였다. 눈부시도록 하얀 순수의 세상이었다. 게다가 달콤하기까지. 애어른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 세 끼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때였다. 우리의 밥상은 소박했다. 군것질거리도 귀했기에 설탕이 선물로 들어오는 날이면 혀가 얼얼한 정도로 단맛에 취해 살았다. 봄이 되면 딸기를 설탕에 찍어 먹고 한여름 수박 화채에도 설탕을 듬뿍 쳤다. 쓴맛 나는 커피는 설탕물이나 다름 없었다.
언제부턴가 설탕은 흔해지고 값싸졌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식품은 거의 없다. 갓난아기들의 분유에도 설탕이 20퍼센트나 들어 있다. 태어나자마자 단맛을 알아버린 아이들이 단맛 나는 과자나 음료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사이 설탕의 진실도 밝혀졌다. 설탕이 원래 흰색이 아니라는 것.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탈색을 시켰다는 것. 황설탕과 흑설탕에도 함정이 있다.
백설탕에 색소와 향, 캬라멜 시럽을 섞어 만든다. 여러 단계의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서 원료당의 90퍼센트에 이르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섬유질이 없어져 화학조미료나 다를 바 없는 성분으로 변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설탕이라고 믿고 먹어왔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다. 설탕, 당신은 정말 순수한가요?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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