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2012학년도부터 국어ㆍ영어ㆍ수학이 중심이 된 본고사 형태의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주요 사립대들도 대학별 고사 방식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입 자율화 조치로 예상됐던'대입 전형 파괴'가 본격화 할 조짐이다. 이렇게 되면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은 사실상 사문화 할 수밖에 없고, 본고사 부활 논란도 더욱 거셀 것으로 보여 교육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 주요 사립대 "본고사 필요", 서울대 "반대"
본보가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을 대상으로 본고사 부활 의향을 확인한 결과, 본고사 부활 필요성이 있다는 대학이 적지 않았다. 이들 대학은 지필고사 식의 대학별 고사 전면 도입은 다소 이르지만, 현행 논술로는 우수 학생 변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지필고사 형태를 포함해 구체적인 대학별 고사 전형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현행 수시 논술은 아무래도 변별력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어 사교육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도 "통합형 논술이 정착된 점에 비춰볼 때, 학문 영역을 허무는 서술 형태의 시험은 필요하다"며 본고사 도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본고사를 안 본다"고 잘라 말했다. 2012학년도에 본고사를 시작하려면 지금쯤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장무 총장 임기 동안에는 절대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채기준 이화여대 입학처장도 "본고사 도입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기존 논술고사의 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교육 심화 논란 불가피
최근 몇 년간 주요 대학들은 논술고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어느 정도 본고사와 유사한 형태의 평가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올해부터는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되면서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은 영어, 수학 등 특정 교과목의 지식을 묻는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들로부터 "본고사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연세대의 본고사 일부 부활 계획이 통합 논술에 포함돼 있던 개별 교과목을 따로 떼어내 직접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주요 과목에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강남 상위권 고교 출신 수험생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주요 과목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입시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세대 입시안은 입학사정관제 등 선발방식 다양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대입 자율화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대는 매년 신입생 충원에도 허덕이고 있는데 상위권 대학들이 점수 위주로 학생을 뽑는다면 대입 자율화는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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