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 철거민과 철거민 단체의 격한 대응이 충돌하면서 빚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적 원인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세입자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하고, 그들을 빈곤층으로 재추락하게 만드는 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허름하고 낡은 집과 건물을 부수고 번듯한 아파트와 고층 빌딩을 세우는 재개발 사업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수려한 도시 경관 확보 차원에서 가치가 높은 일이다. 문제는 영세 가옥주나 세입자 등이 수혜자가 되기는커녕 피해자로 전락하는 점이다. 토지ㆍ가옥ㆍ건물 소유주는 조합을 구성해 향후 사업이 완료된 뒤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득을 올릴 수 있지만, 이들은 높은 자기부담금이나 낮은 보상가 때문에 혜택을 보기 어렵다.
특히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등을 보상 받지 못해 극한적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들이 한 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으려 하는 반면 조합이나 시행사 측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비용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사업 초기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사업 승인 권한을 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를 사실상 수수방관해왔다. 조합 측이 세입자 보상비를 축소하고 이주비를 누락시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사업 인가 과정에서 적발한 경우는 드물다. 이번 참사의 무대인 용산4구역 재개발 지역의 주거 세입자 90여명이 동산 이전비를 받지 못한 사례만 봐도 세입자에 대한 지자체의 무관심을 알 수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의 공익성을 감안, 세입자 보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 치유책은 아니다. 재개발 사업 관련 법규를 정비해 복잡한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되 조합 등의 불법ㆍ편법 행위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ㆍ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보상비 분쟁 해소를 위해 산정 방법과 액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 체계를 수술대에 올리기 위한 정밀 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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