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경제와 외교를 중심으로 당면한 도전과 과제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우선 미국 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평가가 확연히 엇갈리는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오바마 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역대 취임식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에 실망할 법하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신뢰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가 지금부터 씨름해야 할 문제가 더 커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일 게다. 실제로 이날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3조 달러를 넘어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주요 은행의 실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새로운 성장기반을 닦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연설에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성과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 실행계획으로 도로 교량 전력망 디지털화 등 인프라 구축, 과학기술의 진흥, 보건의료서비스의 물질 향상, 신재생 에너지 확충 등 이른바 '신뉴딜'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의 규모나 시장의 선악을 둘러싼 공허한 논란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자리를 만들고, 가진 자들에 의해 시장의 힘이 왜곡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쇠퇴하지 않은 미국의 힘과 정신을 올바른 방향에 쏟아 부으면 미국의 정치리더십과 경제력을 재건할 수 있고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도 안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어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상반기 우리경제 성장률이 1998년 이후 최악인 –2.8%까지 떨어지고 연간으로도 0.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은 다시 4,000억 달러를 밑돌고 일자리 전망 역시 암울하다. 그런 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성패는 한국민의 삶과도 직결된다. '역사 교체'라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 행정부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격랑에도 방향을 잃지 않고 미국의 약속을 실천해 주길 바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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