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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정 조기집행 성과를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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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정 조기집행 성과를 높이려면

입력
2009.01.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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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에 전체 세출예산의 60%인 173조6,000억원을 집중 배정해 일자리 창출, SOC, 금융기관 지원 등의 사업을 조기 추진하고 경기회복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장부 상의 조기집행 안 돼야

재정 조기집행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제성장이 예상될 때 재정지출 배분의 시기를 조정하여 경기를 조절하거나 재정지출이 연말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도 상반기 중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발표는 많았지만 실제 집행은 하반기로 미뤄졌다. 중앙정부차원에서는 집행이 조기에 이루어졌지만 지자체 및 기타 공공기관에서의 집행 부진으로 결국 장부 상의 조기집행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위기 상황에서 재정 지출은 실질적으로 국민경제 구석구석에 파급되어야 한다. 건설 현장이나 중소기업, 서민 등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상황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집행애로 요인 제거를 위한 과감한 제도개선 노력도 요구된다. 재정 조기집행이 경기회복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추진 과정에서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사업계획 미비에 따른 부실 추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예산은 경기상황의 급격한 악화로 수정예산안을 시급하게 편성한 것이며, 국회의 심의기간도 개별 재정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가 충분히 이루어지기에는 부족했다. 재정 집행을 지나치게 서두르다 보면,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와 계획이 부족하여 예산이 낭비되거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

긴급입찰제도의 활용 등으로 재정 조기집행은 가능할지 몰라도 입찰공고 기간이 불충분해 사업비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 재정당국의 역할 중에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불필요한 곳에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재정의 조기 집행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다음으로, 자치단체 및 기타 공공부문에 대한 보조ㆍ출자ㆍ출연사업의 실질적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가 사업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보조사업의 경우 자체 재정의 어려움이나 부지 미확보, 주민 갈등, 관련부처 간 협의부족 등의 사유로 국고가 집행되었음에도 실질적인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가 잦았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국고 대응 지방비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비부터 집행하는 것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사업 착수 이후 지자체의 세입부족 등의 이유로 지방비 확보가 어려울 경우 사업량 감소, 사업중단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출자를 통한 융자사업도 시중자금난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조기집행 병목현상 해소조치 필요

마지막으로, 조기집행의 경우 상반기의 일시적 세입부족과 경기회복이 더뎌져 하반기까지 계속적으로 재정집행이 요구될 경우 추가적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이 경우 재정의 건전성을 염두에 두고서 추가적 재원에 대한 보전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세입 여건을 고려하여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날씨가 춥다고 산에 있는 나무를 한번에 다 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상경제정부는 조기집행의 애로요인을 발굴ㆍ해소하기 위하여 예산집행특별점검단을 운영하고 우수사례에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회도 재정 조기집행 과정의 병목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시에 필요한 입법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 지원과 점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신해룡 국회 예산정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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