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수술의 결과인가. 21일 국민은행 14개 주채권은행들이 16개 건설ㆍ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건설ㆍ조선 업종 주가가 줄줄이 떨어졌다. 이날 건설업종 지수는 3.58% 하락하며 은행(-4.08%) 업종 다음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GS건설(-6.60%), 대림산업(-6.44%), 대우건설(-4.14%), 현대건설(-1.82%) 등 구조 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형 건설 주들이 대부분 떨어졌다. 바로 전날 미국 증시 하락과 제2차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모든 업종이 떨어진 가운데 건설 업종만 '홀로 상승(건설 업종 지수 0.5% 상승)'했던 것과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조선업이 들어있는 운수장비 업종 지수 역시 이날 1.67% 떨어졌다.
이날 하락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폭락한데다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강도가 약하다'는 쪽으로 쏠린 때문이다.
건설업의 경우 미분양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경기가 한참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약발'을 받기는 힘들 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구조 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은 미분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100위 권 내 다른 건설사들이 분양 경기 악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만들 능력이 있는 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때문에 좀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분양 경기 상태나 앞으로 반등 가능성을 감안하면 몇 달 안에 2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부실 건설사 관련 불확실성은 2차 구조조정 때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 역시 구조조정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구조조정 대상 조선사는 모두 중소형사이고, 상장사도 이미 퇴출이 확실시 됐던 C&중공업 말고는 없다.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던 19개 업체는 전 세계 수주 잔량의 5.7%를 차지했을 뿐. 따라서 이 물량을 다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가져 간다 해도 매출이 크게 늘 가능성은 낮다.
건설업이나 조선업 모두 구조조정의 혜택을 받을 게 없다 보니 은행 역시 별로 득 될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2차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 다른 불안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은행업종에 대해서 중립을 유지하면서 3,4월을 노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주, 조선주, 은행주 등 구조조정 이슈와 관련 있는 주식을 투자할 경우 기간을 짧게 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만 콕 집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정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실체가 드러났고 기관들은 앞으로 재무 구조가 안정적인 기업을 집중적으로 편입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수급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재무 구조가 튼튼한 기업은 주가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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