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를 따지기 위해 2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에서는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경찰특공대 투입 승인여부와 농성장 진입계획 문건이 논란이 됐다.
특히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공개한 '농성장 진입계획' 문건은 농성장에 시너 등 위험물질이 있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경찰이 위험을 알면서도 무리한 진압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김유정 의원은 질의에서 "국민 가슴은 분노로 타들어갔다"고 울먹이며 김 청장의 자진사퇴 의사부터 물었다. 김 청장은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앞서 강기정 의원 질문에는 김 청장이 특공대 투입에 대해 보고만 받고 사인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그게 사실이냐"고 따졌다.
김 청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전철연 한강로 3가 남일당빌딩 점거 농성장 진입계획' 문건을 내밀었다. 이 문건에는 김 청장의 사인이 있었다. 김 의원은 "이런데도 보고만 받았다고 말하는 거냐"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또 김 청장이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의 질의에 "현장에 있는 위험물질의 정확한 수치를 몰랐다"는 답변도 놓치지 않았다. 문건은 "남일당 빌딩에 염산(박카스병) 약 100개, 신나 20리터, 새총 10개, 화염병 5박스(120여개) 등이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계획서에는 위험물 현황도 나온다. 본인도 모르게 누가 사인했단 말이냐"고 공격했다. 김 청장은 문건을 확인한 후 "사인한 게 맞다. 보고를 받은 것이 승인한 게 아니냐"며 할 수 없이 승인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문건에는 '분신과 투신, 자해 등 돌출행동에 따른 인명 피해가 없도록 소화기 확보, 매트리스 및 그물망 설치 등과 같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이 "이를 따랐다면 추락자가 사망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궁하자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매트리스는 깔았고 추락자는 없었다"고 답변, 주변을 황당케 했다.
뒤늦게 추락자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김 청장은 "추락자는 응급실로 후송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또 매트리스 설치에 대해서는 "화염병으로 인해 처음에는 깔지 않았다가 절반 정도만 깔았다"는 군색한 답변이 돌아왔다.
반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시위 동영상을 보여주며 "시위자들이 대로변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골프공을 새총으로 쏘는 행위는 무고한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도심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날 김 청장에 대한 책임 추궁에만 몰두,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은 논의하지 못했다. 야권은 원인 규명과 사후 대책 보고 책임을 이유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출석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여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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