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실. 정부로부터 용산 참사의 보고를 받기 위해 긴급 소집된 자리였다.
그러나 주무 당국자인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보이지 않았다. 원 장관은 이번 참사의 포괄적, 정치적 책임이 있는 주무 장관이고 김 청장은 경찰특공대 투입을 최종 승인한 직접적인 당사자로 꼽히고 있다. 두 당국자의 불참에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회의는 개회되자마자 5분 만에 정회할 수밖에 없었다.
불출석 이유는 너무나 궁색했다. 원 장관은 종교기관 방문 약속을 핑계로 댔고 조진형 행안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승인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속개된 전체회의에도 그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은 출석대상이 아니다"는 한나라당의 절차론에 편승해 나오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가 김 청장을 부르려면 의결과 국회의장 보고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절차 논쟁을 벌이는 사이 행안위는 반나절 가까이 파행을 겪어야 했다. 야당 의원들은 속절없이 이들의 출석을 요구하며 텅 빈 회의장을 지켰다. 오후 3시가 되서야 조 위원장의 요청으로 김 청장이 자진 출석 형식을 빌어 회의장에 나타났다.
이 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은 용산 참사의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원 장관이나 김 청장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듯 했다. 김 청장도 그렇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당연히 나와 상황을 설명했어야 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오후에 했던 것처럼 자진 출석했으면 됐을 일이다. 책임있는 고위공직자라면 국민의 충격과 절망을 생각해 말려도 출석했어야 한다. 피하고 덮어서 될 일인가. 참 한심하다.
고성호 정치부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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